토지 13권 취미

나는 소설책 같은 것을 잘 안읽는다. 뭔가를 읽으면 내 상황에 맞게 몰입하는 형편이라서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는 그런 것을 애써 피해왔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가슴이 설레여야 할 이유도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의 간지러운 느낌도 내꺼는 아니었다. 결혼한지 만 14년을 넘어서 15년이 다 되어가고 중2짜리 사내 아이의 아버지인 지금, 그런 감정쯤은 사치이다.

아내와의 사이도 여러 면에서 그리 좋지 않고 어느 정도로는 서로 감정의 벽을 치는 입장이라서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나이 차이도 있고 아내는 연상이면서도 아직도 고딩 감성을 유지하는 신기한 여자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누나인데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늘 경제관념 없다고 남편에게 구박 당하는게 싫어 보인다. 잘 나가지도 않던 교회를 처가에 대한 창피함 때문에 열심히 다녔다고 말하는 철없는 우리 누이이다.

이른 결혼과 어린 남편의 회사 생활 동안 많은 것들을 겪어 왔던 아내. 아내는 문학 소녀를 꿈꿨는데 장인 어른의 영향으로 화학과를 갔고 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경영학과에 가서 은행에 들어가서 아직까지 돈을 벌고 있다. 아내는 늘 나보고 천박하다고 했고 돈 밖에 모른다고 했다. 25살에 군대에서 막 나온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결혼을 했을 것이며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을까? 아내는 늘 철이 없었고 허영이 하나 가득한 사람이었다. 다만 저런 사람이 왜 나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장인 어른과 너무 다른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아내는 돈 잘버는 목사님 만나서 사모님 하면서 살았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토지는 대하 소설이지만, 긴 연애 소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길상과 최서희의 기나긴 연애담이 뼈대이고 나머지는 다 그 살이라고 보면 될려나. 물론 용이와 월선이의 연애도 나오고 상현과 봉선이의 연애도 나오지만 늘 뼈대는 길상과 서희의 이야기이다. 길상을 보면서 한 가지 부러운 것은 모든 것을 성공했지만,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서 편안한 길을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늘 포기했고 미뤄왔고 외면하면서 살아왔다. 늘 걱정하는 아내를 옆에 두고서 다른 길을 못가는 내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이직이 내 한사람만의 결정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늙어버린 것이 후회스럽고 고민하고 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42

통계 위젯 (블랙)

26264
1007
412886

통계 위젯 (화이트)

26264
1007
412886

kjpark